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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면산, 아련한 흙내음을 품은 곳! (2009-8-21)

"예술의 전당을 에두른 숲 속 산책코스"

오늘처럼 비가 내려야만 느낄 수 있는 향기가 있습니다. 비가 한두 방울씩 시작됨과 함께 연이어 피어나는 그 향기는 무엇일까요?

바로 '흙'내음입니다.

개인적으로 잊을수 없는 그 향기의 장소가 있습니다. 서초동에 있는 국립중앙도서관과 서울지방조달청 사이에 길이 나져있는 그 곳인데요. 그 사잇길을 걷다 비를 만난적이 있는데 보도블럭 옆 화단에서 짙게 피어나는 '흙내음'을 맡을 수가 있었습니다. 정말 잊을수 없는 기억입니다.

화분에 물을 적실때도 이 흙내음은 피어나기도 합니다. 빗방울은 메마른 땅 속에 잠겨 있는 흙내음을 밖으로 밀어냅니다. 즉, 땅 속 흙사이의 무수히 많은 공간을 빗물이 채우면서 자연히 그 속의 갇혀있던 공기를 대기중으로 밀어내며 그 향을 맡을 수 있게됩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사라지는 이 향기를 닮은 곳이 또 있습니다. 아니, 아련히 대기 중으로 사라지는 그 향기를 품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우면산"입니다.

우면산도 공교롭게 서초동에 걸쳐있는데요. 그래서인지 서래마을로 가는 사잇길에서 맡은 그 '흙내음'은 '우면산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확인도 해 볼 겸 여러분도 우면산으로 함께 가셔서 "흙내음" 맡아보시겠어요?

쇼핑몰 업무를 마치고 늦은 오후 남부터미널역에서 남부순환도로쪽으로 이동합니다. 편의점에서 생수를 구입합니다. 도심의 열기는 말 그대로 훗끈! 훗끈! 입니다. 순환도로 횡단보도 넘어 숲 길이 보입니다. 저기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는 등산객이 보입니다.

산행코스를 정했습니다.
예술의 전당 뒤를 둘러가는 산행이 될 것 같습니다. 경계를 넘어 한발짝 일탈이 감행됩니다.

우산이 되어도 좋을 것 같은 토란이 영글고 있는 밭(?)이 보입니다.
"토란국 좋아하세요?"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아갈수록 뒤로 멀어지는 도심의 소음은 어느덧 사라지고 온갖 숲속의 소리가 집중되어 들립니다. 목책으로 놓인 계단이 보입니다. 저 계단을 다 오르면 우면산에 들어가는 관문을 있을 것 같습니다.

다 올라왔습니다. 관문이 있는 것은 아니고 이정표가 일상에 지친 몸을 포근히 감싸줄 숲속 길로 안내합니다. 소망탑으로 고고싱~


한적한 숲속 길에서 만난 사슴뿔을 닮은 나무가 보입니다. 혹, 사슴뿔이 나무를 닮은 건 아닐까요? 새로 자라난 사슴을 뿔을 녹용(鹿茸)이라고 합니다. 용(茸)의 한자를 보면 귀(耳)+풀(艸)이 합친 모양인데요. 사슴의 귀 옆에 자라난 풀은 커서 나무가 된다는 뜻에서..밑거나 말거나(?), 꿈보다 해몽(?).. 암튼 그렇습니다.

저기 말라 시든 솔가지의 솔잎은 보는 저로 하여금 안타까운 심정을 자아냅니다. 우면산의 건강도를 말해주는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면산의 숲 길은 몸을 옥죄어 오는 좁은 길은 아닙니다. 넓고 완만한 경사를 가진 길입니다. 등산로는 볕이 좋아 산에 오르는 줄곧 발아래 포근한 흙이 걷는이에게 편안함을 안깁니다. 조금 더 오르니 산 길을 사이에 두고 철탑과 예술바위가 있습니다. 예술바위 위로 지나가는 넝쿨이 보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예술바위에 아픈 상처의 흔적이 보입니다.


어느덧 소망탑에 도착했습니다. 첨성대의 몸매를 닮은 소망탑과 저멀리 희뿌연 대기에 잠긴 도심의 사진을 올립니다. 갓모양 지붕을 한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가 보입니다. 사실 저는 산의 정상에서 느끼는 감흥은 별로 많지 않습니다. 산의 정상에만 도착하면 불감증이 생기나 봅니다.   더 이상 배울것이 없어 이만 하산하겠습니다. ^^~*


해가 떨어질 무렵 산 속은 빠르게 어두워져 갑니다. 서둘러 내려갑니다. 내려오는 우면산은 오를 때와는 다른 모습입니다. 좀 더 깊은 숲을 경관을 볼 수 있습니다. 저 멀리 나무 등껍질에 앉은 푸른 이끼가 원시림을 보는 착각을 들게 합니다. 또한 계곡으로 흐르는 물소리가 맑습니다.


길 가의 풀 이름을 알리는 팻말은 어두어져 가는 숲 길을 벗어나려는 등산객의 발길을 멈추게 합니다.  그 중에서도 몽우리짓고 갓 꽃을 피우기 시작한 옥잠화가 바쁜 걸음을 멈춰 세웁니다. 옥잠화의 꽃망울은 그 자체로 하나의 푸른 장미를 보는 듯 합니다. 사이에 하얀 꽃이 수줍은 듯 옛 여인이 장옷을 두른 듯 합니다.


이름 모를 버섯형제들, 그리고 곧게 벋친 늠름한 나무를 소개함으로 우면산 주말산행의 포스팅을 마칠까 합니다. 저쪽, 다시 들려오는 도심의 소음이 종착을 알려줍니다. 오를 때와 마찬가지로 토란밭이 보입니다. 우면산은 아마도 밭을 일구며 사는 사람을 닮은 산인가 봅니다.

우면산이 품고 있는 향기는 영화 워낭소리와 같이 인간과 자연이 하나되는 산이며, 그 모두가 공존하는 대지에서 피어나는 흙과도 같은 그래서 "흙내음"을 품고 있는 정말로 아름다운 우리의 "산" 이란 생각을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