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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저녁하늘에서 별을 보다. - 지도공원(고양시)

평일에 업무를 마치고 최근에 알게된 지도공원에서 걷기도 하고, 조깅도 합니다.
씩씩 내품는 뜨거운 콧김과 입김, 그리고 차가운 겨울 공기가 내 몸 깊이 들어옵니다.
뭉쳐진 목과 어깨 주변의 근육을 풀어주기 위해 고개를 들어 움츠려든 몸을 활짝이 펴봅니다.

맑아서 더욱 어두운 겨울의 저녁하늘에 보기힘든 별들이 하나둘씩 눈속으로 들어옵니다.
눈을 깜짝여 더 많은 별들을 찾습니다.

'별헤는 밤'에서 윤동주 시인은 아련한 가을 저녁하늘의 별들을 떠올립니다.
...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

기억 속 추억의 별들이 아닌, 현실의 별은 겨울의 계절에 더욱 어울리는 듯합니다.




별 헤는 밤 -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 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히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