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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동해의 힘찬 기상이 어울어진 경포대

아쉬움과 기대, 그리고 약속

크리스마스, 늦은 오후여서인지 지하철안이 썰렁하다. 앉은 칸에는 애정을 키우는 연인들도 보이질 않는다. 예년과 달리 차분한 연말이다. 난 지금 시간되는 두친구를 만나러 가는길이다. 서로 다른 일상으로 쉽지않던 만남은 곧, 술자리로 이어진다.

뭐! 그리도 아쉬워서일까? '아니다', '틀렸다', '못했다' 등 부정짓는 얘깃거리 일색이다. 틀린말도 아닌것이 2009년은 다사다난, 충격의 연속이었으니까. 그 해 여름, 한 낮 일식때의 어둠처럼 빛이 사라질까 두려웠을까? 몇배의 술이 얼굴을 붉게 적시는 듯하다.

하지만 서로의 마음속에 품은 희망과 기대였을까? 오대산 등산으로 새해를 맞는 의식(?)을 약속한다.


아, 경포대의 파도여!

당일여행을 1박으로 변경하여 2010년의 첫날에 행선지로 향한다. 여유시간과 편한마음이 생기게된 셈이다. 여행의 이 순간만큼은 시간에 쫓기기도 싫거니와  한껏 여행의 멋을 맛보고 싶기 때문이다. 과연 이번 여행에서 어떤 멋이 기다리고 있을까?

오대산 민박마을은 만원사례다. 어렵사리 구한 비좁은 여관방에서 산 밑 식당에서 사온 술과 음식으로 내일의 여정에 기대와 흥분으로 잠든다. 아, 우리의 여정은 경포대 일출과 오대산 등산이다.

어두워서 더욱 차갑게 느껴지는 새벽공기다. 소풍날 아침의 아이마냥 부지런을 떨어서인지 출발이 순조롭다.

1시간 남짓 경포대에 도착하여 둘러보니 새해의 둘째날이지만 일출을 보려는 사람들이 하나, 둘 바닷가 모래톱에 삼삼오오 모여든다. 일출을 보러왔건만 내 눈에 해송사이에 달이 먼저 눈에 비추인다. 떠있는 달이건만 뒤켠이다.


바닷바람때문일까? 파도때문일까? 곧이 있는 소나무가 없다. 풍파(風波)로 고단함에 누은 듯하나 눈과 귀에는 몸을 젖힌 아우성이다. 나도한번 두 손을 입가에 붙여 소리치고 싶다. (생일축하한다!!!) 경포대가 관동팔경의 하나인데 어찌 흥이나지 않을까?

같은 땅이건만 해변의 모래위를 걷기란 아가의 걸음마다. 바다가 엄마의 뱃속이라면 해변은 유년일 것이다. 나는 지금 꺼꾸로 유년을 지나 모태로 향하려 한다. 새해의 시작을 바다넘어 솟는 태양과 이 곳에서 함께 한다는 것이 너무나 잘 어울리지 않는가?

첫눈의 동해바다는 여리거나 거침없이 그 모습이 넘치는 기운으로 가득하다. 먼 바다는 무겁게 일렁이고 가까이는 파도쳐 오른다. 태양이 저 우주넘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바다속에서 일어나듯 바다는 출렁이며 들썩인다. 파도가 부서져 이는 물거품은 끓는 바다를 연상케한다.


일출이 곧 있을 하늘을 바라본다. 먼 하늘 높은 구름으로 수평선부터 차 오르는 해를 볼 수는 없겠지만 결따라 찢긴 구름이 신비를 꾸민다. 붉그락푸르락 변하는 구름이 파도와 같이 생동한다. 탄생의 기다림은 긴장이다. 갈매기들도 긴장한 탓일까 활공이 분주하다.


'와, 저기봐라!'
누군가의 탄성에 주변은 금새 소란해진다.

이미 떠오른 태양은 짙은 구름사이에 이그러져 붉게 불타는 듯하다. 쉼없이 파도치는 바다 위로 붉은 기운이 덮치고
파란 하늘이건만 붉게 물든다.


급격히 밝아진 진다. 바다는 제 빛을 찾은 듯 흰파도에 옥빛이 선명해지고, 해안으로 밀려오는 파도는 더욱 거세게 높이를 높였다가 부서진다. 최고조의 파고는 마치 서슬퍼런 장검의 칼날처럼 예리하다.

일출과 파도치는 동해의 감상을 마치고 잠시 바닷가를 서성인다. 바닷물에 수없이 씻긴 모래와 앙증맞은 조개껍질을 살펴본다. 일출을 닮은 흰조개가 눈에 띈다. 일출의 기상은 조개의 얼굴에서 어느 소녀의 새끼손톱에 붉게 물들여진 붕숭아물처럼 여리고 사랑스럽다.

우리는 아침식사를 위해 바닷가마을 식당으로 이동한다. 곧, 오대산 등산을 위해서. 차창밖으로 고개를 돌려 아침의 해를 바라보니 어지러이 흩어진 구름을 해치고 붉음을 밝음으로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