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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길산, 물 맑(많)고 인심좋은 마을 '진중리'를 품은 곳! (2009-9-7)

"한남동, 우리동네 이야기 - 집으로 가는길" 포스팅을 위해 한남역으로 가면서 '중앙선'을 이용했는데요. 예전에는 '국철'이라 불리우고 용산과 성북역을 오간것으로 기억합니다. 지금은 노선이 연장되어 용산에서 출발하여 왕십리, 구리, 팔당을 지나 국수까지 이어집니다.

일요일에 일을 마치면 오후 3시가 됩니다. 이 늦은 자유시간을 이용해서 주말산행을 하는데요. 예전이라면 엄두도 내지못할 양평에 있는 운길산을 다녀왔습니다. 중앙선 노선에 운길산역이 있기에 가능했습다. 예전에는 자연을 훼손하는 노선의 연장을 달가워하지는 않았지만 이 번의 산행으로 혜택을 입었습니다.

현재의 거주지(목동)에서 운길산까지는 총100분정도의 시간이 소요됩니다.(지하철역만을 이용해서 다녀올수 있더라구요. 승차-염창역/하차-운길산역/소요시간-94분/요금-1,600원)

편안한 복장을 하고 노트북 하단의 시계를 노려봅니다. 책상한켠에는 어깨에 메는 조그만한 가방이 외출을 기다립니다.
'땡~'
.
..
...
여기는 양정역(?)입니다. 덕소행을 탓기 때문에 양정역에 내려 국수행을 기리면서 야외로 열린 역밖의 풍경과 한적한 오후의 상행과 하행열차길을 바라보면서 계절의 시작과 끝을 느껴봅니다.

한여름과 차이가 있습니다. '바람~'이 다르네요.

운길산역에 5시가 못미친 시각에 도착했습니다. 산행을 하기에 늦었지만 최적의 시각이라 생각됩니다.

운길산은 어떤 산일까요?

서둘러 역을 빠져나갑니다. 역광장에 안내도가 보입니다. (초행이기에 천천히 머리속에 그림을 그립니다) 산행길을 결정합니다. (2번코스)

이제 등산로 입구를 찾아갑니다. 곳 곳의 이정표가 쉽게 안내를 해줍니다. 굴다리를 지나 진중리 마을로 들어가며서 마을어귀에서 운길산역을 바라봅니다. 현대식으로 지어지 역이 멋집니다. 마을의 당산목처럼 보이는 나무와 그 넘어 푸른 논이 가는이를 붙잡습니다. 그 너머로 오늘의 주인공 운길산이 보입니다.

운길산 이름의 유래는 구름이 가다가 산에 걸려서 멈춘다고 하여 불렸다고 합니다.

'추리' 들어갑니다.
저 멀리 보이는 산이 구름을 멈출 정도로 높아 보이진 않습니다. 실제 산높이도 610m라고 합니다. 그럼 왜? 구름이 멈췄을까요?

그 답은 진중리 마을이 안고 있었습니다.

위의 사진을 보면 논 옆의 도랑에 흐르는 물과 마을입구에 내(川)에 물이 끊임없이 흐르고 있습니다. 도랑에 흐르는 물은 빠른 속도로 시원하게 물소리를 내며 흐릅니다. 물의 양도 많구요. 제가 생각한 마을의 첫 느낌도 '여기 물 많다!' 입니다.

근데 저 많은 물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생활 하수도 아니고, 수돗물을 틀어 논 것도 아니고, 지하수도 아니고..
저 물의 정체는 도대체 뭘까요?

바로 운길산이 보내준 물입니다.

산이 물을 담기 위해서는 비가 내려야합니다. 비는 구름에서 부터 나오구요. 그러니 마을에 물이 많이 흐르는 것은 마을 뒷산이 항시 가는 구름을 잡아 물을 얻는다고 볼 수 있을것 같고, 그래서 그 마을 뒷산을 운길산(雲吉山)이라 칭한것 같습니다.

물은 사람에게 꼭! 필요한 요소입니다. 농사에도 아주 중요하구요.

예로부터 이 곳은 물이 맑고 깨끗하기로 정평이 나 있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물은 진중리 마을에 귀중한 보물과도 같았을 겁니다. 가던길을 멈춰 물을 보내주는 구름(雲)은 이 곳 마을에 장수와 풍년을 가져다 주는 하늘이 주는 고마운 선물(吉)일 겁니다.

산입구에서 물을 살 수 있을 것 같아 역앞의 가게들를 그냥 지나쳐왔는데 마을에 가게가 보이질 않습니다. 평상에 계신 진중리 마을주민께 가게를 여쭤보니 멀다하시면 '냉장고에서 물 하나 꺼내드려!' 하시더라구요.

어찌나 고맙던지   (죄송해서 손사래를 했지만..)

오가는 등산객도 많을텐데 일면식도 없는 저에게 짜증하나 없는 웃는 얼굴로 베풀어 주신 친절에 저의 추리가 맞았다는 확신을 합니다.

옛말에 물맑고(고인 물은 탁하지만 흐르는 물은 깨끗하죠) 인심좋은 곳이 살기 좋은 곳이라던데 그 터가 "진중리 마을"이더라구요.

정말 살고 싶은 곳입니다.

마을 사진 올립니다.

마을 깊이 들어갑니다. 길가 강아지풀향이 진하게 풍깁니다.
강아지풀향 기억나세요?

마을과 뒷산의 경계에 위치한 집 근처에 등산의 시작을 알리는 안내판과 이정표가 보입니다. 그리고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밤송이가 등산객의 시선을 잡습니다. 남의 집 마당을 무단침입한것 같아 죄송하네요.

앞의 나무다리를 건너는 순간 마을은 뒤가 되고 앞은 산속이 됩니다. 그러고 보면 다리는 서로 성격을 다리하는 장소나 경계지역을 연결하는 완충지대인지도 모릅니다. 예를들면 스파이들의 접선장소 섭외 1순위가 다리위이지 싶습니다.

등산의 시작은 골짜기(계곡)를 따라 시작됩니다. 가파르게 경사진 골짜기에 한사람 정도 지나갈 만한 길의 흔적이 보입니다. 간혹 옆으로 골로 떨어지는 부분도 있으니 실족에 주의해서 산행을 해야할 듯 합니다. 사진을 보면 나무들이 기울어져 있는데 사진이 잘 못된것이 아닙니다.

경사면 나무의 모습니다.

이십여분을 걸으니(제 걸음은 상당히 느립니다^^) 골짜기에서 능선이 보입니다. 산 길은 능선을 향해 방향을 바꿉니다. 골짜기의 어둠과 울림소리(?)가 멀어지고 주변이 점점 밝아오며 주변의 소리도 많이 차분해지는 듯 합니다. 능선을 타자마자 고마운 이정표가 보입니다. 시작에서 운길산 정상이 2.1Km 였는데 앞으로 1.3 Km 면 정상입니다. 능선의 시원한 바람이 주변의 밝은 기운을 더하여 줍니다.

늦은 시간에 산행을 시작해서 그런지 지금껏 한 두명의 등산객과 마주쳤을 뿐입니다. 혼자 고즈넉히 산행을 즐기는 느낌은 마치 뭐라까? 운길산이 내것이 된것마냥 마음에 무언가 넘치고 뿌듯한 기분인데 뭐라 설명하기가 힘드네요.

구부러진 능선길에 구부러진 소나무가 너무나도 잘 어울립니다.

얼큰히 술에 취한 산신령님께서 이리로 비틀, 저리로 비틀 길을 만들었을까요? 아니면 운길산의 정취에 취한 길손들에 의해 만들어진 세월을 흔적일까요? 할아버지 이마에 패인 주름과 산 길의 무척이나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능선에서 만난 운길산의 수종는 침엽수인 소나무와 활엽수인 참나무가 혼재되어 군락을 이루고 있습니다. 두 나뭇잎 사이의 하늘이 무척이나 파랗게 보입니다. 가슴켠이 시원해 집니다.

조금 더 오르니 바위들이 보이기 시작하며 드디어 시야가 탁 트이는 산중턱에서 양수리 두물머리를 볼 수가 있었습니다. 정말 이 곳에서 어두워질 때까지 이 광경을 바라보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들더라구요!

여러분도 함께 만나보시죠!

아름다운 비경에 취해 저도 모르게 결국 시간은 여지없이 흘렀고 정상을 0.9Km 를 남겨두고 산속의 돌무덤을 뒤로하고 하산을 결정하게 됐는데요. 초행에 무리하지 않고 운길산의 정상은 한주뒤로 미루기로하고 하산길을 즐기기로 했습니다.

여러분들도 즐거우셨나요.
(즐거우셨다면 덧글 부탁드려요^^)

진중리 마을에 서쪽 산으로 해가 진 시각에 평온한 논과 들녘을 바라봅니다.